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내란의 상처와 민생·경제의 여러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나라 사정을 환기한 뒤 위기 극복을 위한 협치를 호소한 것이다. 국회도 민생·국익과 정쟁을 분리해 국가적 현안은 조속히 우선적으로 매듭짓는 대원칙을 세우기 바란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공정 성장·실용 외교·확장 재정’을 국정방향으로 제시한 뒤 ‘국가적 위기, 추경 집행의 속도, 여야 협력’ 세 가지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대한민국은 매우 엄중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했다.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구직 단념 청년이 역대 최고에 이른 현실을 보면 이 대통령의 진단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성장동력을 회복할 방도를 찾고, 국회에도 협력을 요청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직무유기일 것이다. 추락하는 경기에 반전을 만들려면 추경의 속도감 있는 집행도 중요하다.
이 대통령은 이날도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의장, 여야 지도부와 환담을 하고 추경안 통과 협력을 당부했다. 취임 당일인 지난 4일엔 국회 사랑재에서 국회의장·정당 대표들과 오찬을 함께했고, 22일엔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지도부를 초청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순방 결과를 설명했다. 취임 후 20여일간 새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세 차례나 만난 것은 흔치 않다. 모두 국회를 존중하며 국난 극복을 위한 협력을 희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국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특히 국민의힘 대응은 우려스럽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전 정부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 농업 4법은 물론 추경안까지 거론하며 “입법 폭주 저지를 위한 당내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의원들에겐 ‘여론전’도 당부했다. 물가관리가 주 책무인 한국은행조차 “경기 부양 정책이 시급하다”고 경기 침체를 걱정하는데 송 원내대표의 명분·논리도 빈약한 대여 투쟁론은 납득하기 어렵다. 혹여 지지부진한 당 쇄신에 대한 내부 불만과 갈등을 밖으로 돌려보려는 속계산은 아니길 바란다.
야당을 움직이려면 여당도 변화해야 한다. 민주당은 민생 현안과 주식시장 선진화 방안이 될 수 있는 상법 개정안 등 여러 개혁 법안은 처리하되, 끝까지 여야 협의 처리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이날도 결론을 내지 못한 원 구성 협상은 원내 1당이자 여당으로서 협치 정신과 책임감을 마지막까지 잊지 말길 바란다. 원내 소수 야당과의 교섭단체 요건 완화 약속도 서둘러야 한다.
지난해 일반 지주회사가 보유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의 투자 금액과 투자 건수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사내 유보금 등을 활용해 인공지능(AI) 등 신산업에 주로 투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6일 공개한 ‘2025년 지주회사 및 일반지주회사 소속 CVC 현황’을 보면, 지난해 기준 일반지주회사 소속 CVC는 총 14개사로서 전년(13개사) 대비 1개사가 증가했다.
CVC는 일반적으로 기업이 벤처기업 투자를 위해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벤처캐피털을 의미한다. 공정거래법은 원칙적으로 일반지주회사와 그 소속 회사가 금융사를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2022년부터 신성장 동력 확보를 목적으로 제한적으로 CVC 주식을 소유할 수 있게 됐다.
CVC 14개사 중 투자 내역이 있는 13개사는 총 121개 기업에 대해 2451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했다. 이는 전년(1764억원) 대비 38.9% 증가한 규모다. 투자 건당 평균금액 역시 13억2000만원에서 16억6000만원으로 상승(25.8%)했다. 특히 사업경력 3년 이하의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금액과 비중 모두 전년 대비 증가했다.
투자 대상 업종별로 보면 AI와 지불 서비스를 포함한 ICT 서비스 분야가 전체의 19.5%로 가장 높았다. 바이오·의료 분야가 17.0%, 기타 업종이 15.5%로 뒤를 이었다. 이는 CVC 투자가 미래성장 분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지난해 CVC가 새로 설립한 투자조합 10곳의 내부출자비중은 79.1%로, 지주회사 내부 유보자금이 벤처투자 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지주회사 수는 총 177개로 전년(174개) 대비 소폭 증가했다. 지난해 지주회사로 전환한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도 46개로, 전년(44개)보다 2개 늘었다. 지주회사 제도는 거미줄처럼 얽힌 출자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1999년 도입됐다.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기업을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손자회사 의무 지분율(상장 30%, 비상장 50%)을 제한하고 있다.
계열사의 지주회사 편입률은 75.0%로, 1년 전(75.9%)보다 소폭 하락했다. 공정위는 지주회사 전환집단 46곳 1697개 계열사 중 425개 계열사가 총수 일가 등이 지주회사 체제 밖에서 지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집단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에도 일부 계열사는 총수 일가가 직접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지주회사 편입률이 낮은 대기업은 영원(20.0%), 농심(36.4%), 고려에이치씨(38.5%), 반도홀딩스(40.0%) 등 순이었다.
음잔디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CVC 제도 도입 이후 내부 유보자금이 벤처투자 재원으로 전환되면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CVC 제도가 지배력을 우회적으로 확대하거나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에 악용될 우려가 있는 만큼 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것에 대해선 엄정한 법 집행을 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찬대·정청래 의원이 26일 이재명 대통령의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 현장에서 ‘악수 대결’을 벌였다. 친이재명계로 꼽히는 두 의원의 은근한 신경전은 이 대통령의 공평한 ‘3인 악수’로 마무리됐다.
정청래 의원은 이날 이 대통령이 국회 본관 현관으로 들어갈 때 현관 앞에서 기다리다 활짝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악수했다. 박찬대 의원은 이후 이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 출입구에서 기다리다 의원들 중 가장 먼저 악수했다. 이 대통령이 박 의원과 악수하며 무언가 말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이날 본회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과 악수할 때) ‘선거운동 열심히 하고 있느냐’고 물어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며 “대통령님이 (국회 본관 현관에) 들어올 때 정청래 의원과 악수했잖나. 그런데 저는 자리가 대통령이 지나가는 자리다. 그래서 그건 양보하고 여기(본회의장)에서 이렇게 악수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연설을 끝내고 본회의장을 빠져나갈 때는 박찬대·정청래 의원이 나란히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 대통령은 박 의원, 정 의원과 차례로 각각 악수한 뒤 두 의원의 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쿡쿡 찔렀다. 두 의원이 급히 서로 악수하자 이 대통령은 악수한 손을 맞잡으며 ‘3인 악수’를 했다. 이 대통령은 두 의원의 어깨를 동시에 두들기며 격려하고 다른 의원들과 악수를 이어갔다.
박 의원은 ‘3인 악수’의 의미에 대해 “둘이 멋지게 경쟁하라는 의미 아니었을까 싶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제가 안정적으로 와서 결국 정권교체에 이르는 과정 속에서 우리가 이 대통령과 함께 열심히 했고, 이번 전당대회도 멋있는 축제로 만들어 달라는 의미로 두 사람 손을 포개서 잡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 대통령이 얼마나 원칙주의자냐면 친소관계보다는 원칙을 중요시한다”며 “(이 대통령이) 정청래 후보가 오니까 아까 저랑 악수했던 것이 생각이 나서 ‘다시 오라’ 그래서 (박찬대·정청래 의원의) 손을 포개고 (자신의 손을) 얹어주셨다”라고 말했다.
정 의원도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과의 악수 순간을 담은 글을 올렸다. 정 의원은 이 대통령이 자신에게 웃으며 “선거운동 잘 되고 있어요? 나는 한 표 밖에 없어요”라고 말했다고 적었다. 정 의원은 ‘3인 악수’의 의미에 대해 “갈라치기 하지 말고 분열하지 말고 축제 같은 전당대회를 하라는 주문으로 읽었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을 두고 불안정한 휴전이라고 평가하며 “미국 중동 전략의 혼란이 드러났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펑파이신문은 25일 여러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이스라엘과 이란이 전날 휴전에 도달했지만 이스라엘이 과거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상대로한 것과 유사한 간헐적 공격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펑파이신문은 휴전 덕분에 이스라엘과 이란은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싸울 수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싸울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12일 간의 전쟁’이 이스라엘의 기세를 북돋우고 이란에 굴욕을 안겨준 한편 이스라엘의 선제 공습과 미국의 핵 시설 타격의 목표였던 핵 프로그램이 실제로 제거됐는지 여부는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펑파이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권 교체’를 언급하자 백악관 참모들이 부인한 사실과 트럼프 지지층 내에서 ‘이란 핵 시설 타격’을 두고 분열이 있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혼란스러운 중동 전략에 근본적인 문제점을 드러낸다고 전했다.
영문 관영매체 차이나데일리는 사설을 통해 “중동 위기를 무력 행사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며 현재의 휴전은 “위기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대신 미래 세대에게 떠넘겨 폭력의 악순환을 낳을 뿐”이라고 전했다.
왕이 중국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24일 이란과 이스라엘 휴전 선언 이후 이란과 튀르키예 외교장관과 연달아 통화하며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주임은 아라그치 장관과의 통화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관리 감독을 받는 핵 시설을 군사적으로 타격하는 것은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며 “국제 사회는 이에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진정한 휴전을 실현하여 중동 정세 안정을 추진하기를 희망한다”며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에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왕 주임에게 “이란과 이스라엘은 휴전에 합의했지만 상황은 안정적이지 않다”며 “이스라엘이 침략 행위를 중단해야만 진정한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왕 주임은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는 “튀르키예가 이슬람 협력 기구(OIC)에서 역할을 하는 것을 지지하며,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지지하는 일치된 목소리를 낸 점에도 지지를 보낸다”며 “각국은 평등한 기초 위에서 대화를 재개하고, 이란 핵 문제를 정치적 해결 궤도로 되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원하고 마땅히 누려야 할 미래는 저절로 오지 않아요. 오늘날 우리가 궁금한 것은 인공지능(AI)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참여와 거버넌스를 통해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는지에 있습니다.”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경향포럼> 오전 세션 ‘미래는 자동으로 오지 않는다: 인공지능 시대의 주체성 회복’ 강연자로 나선 지나 네프 영국 케임브리지대 민더루 기술∙민주주의 센터장은 AI 발전 과정에서 위기로 생각해야 하는 것은 기술 발전의 속도가 아니라 시민들의 주도성과 상상력의 부재라고 말했다.
네프 센터장은 산업계 중심으로 AI 발전이 논의되고 있는 현실을 짚으며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옥스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영국 내 AI 관련 기사의 3분의 2가 기업, 제품, 서비스에 관한 것이었고 출처의 33%가 산업계”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의 주장은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지나친 기술 낙관주의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계가 주도적으로 만들어낸 기술적 이익은 우리 모두에게 가닿지는 않을 것이고 무조건 사회 혁신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I 발전 과정에 소외된 계층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것도 네프 센터장이 우려하는 점이다. 그는 “AI 발전에 따라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노동자, 교육자, 의료인, 소상공인, 시민단체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불균형은 세계적으로 나타난다. 그는 “승자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나머지는 자연스레 패자가 되어야 하는 세계적인 AI 경쟁에서 현재 가장 큰 두 국가(미국·중국)를 제외하고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네프 센터장은 “시민들은 기술 발전에 따른 변화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변화를 어떻게 관리할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프 센터장은 또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며 절망과 무력감을 느끼는 것보다 인간의 주체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술 발전이 만들어내는 변화만큼이나 공동체의 의사소통으로 이뤄지는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결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기술 변화의 궤적은 결코 단순하고 명확한 경로를 따르지 않는다. 과거 산업 혁명과 인터넷 혁명은 극적이고 빠르게 전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기술에 대한 무력감은 기술이 어떻게 발전하는지에 관한 근본적인 오해를 보여준다”며 “미래는 자동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기업 이사회, 정부, 대학이나 시민단체 등에서 이뤄지는 논의를 통해 설계되고 건설되는 것”이라고 했다.
네프 센터장은 AI 시대의 법과 제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주체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AI가 어떤 사회가 되도록 도와줬으면 하는지를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며 “AI가 일자리를 없앨지 토론하는 것 대신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향상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할 때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이해하고 이 변화가 내 가족과 업무 같은 일상과 정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하면서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제도 수립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민주주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도 네프 센터장이 강조하는 점 중 하나다. 그는 “기술 발전의 이익을 선한 방향으로 배분할 수 있을지, 더 인간 중심적으로 사회를 만들 수 있을지를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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